하브루타 진행방법
하브루타는 친한 친구와 둘이서 탈무드 내용이나 서로 정한 주제를 가지고 폭넓고 깊이 있게 따져가며 대화와 논쟁을 즐기는 학습방법이라고 했다.
하브루타를 할 때는 큰 목소리로 몸짓, 손짓도 써가며 한다. 마치 옆에서 보면 둘이서 말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하브루타는 토론을 해서 상대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즐기면서 배우고 서로 학습을 돕기 위해 토의나 토론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브루타를 통해 서로 동의하는 결론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예시바'라는 곳이 있다. 유대인들의 탈무드 교육기관인데 여기에 학생들이 모여서 하브루타를 하는 곳이 있다. 일종의 도서관인데 학생들이 큰 목소리로 하브루타를 해서 매우 소란스럽다.
유대인들은 이렇게 큰 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해야 자신감이 더 생기고, 또 시끄러운 속에서 하브루타를 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믿는다. 도서관이나 교실은 조용해야 된다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것이다.
[예시바 도서관]
하브루타의 진행방법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서술된 것이 많지 않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하브루타를 하기 때문에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또 비유대인들에게 굳이 가르쳐 줄 이유도 없다.
하브루타의 진행방법에 관해서 교육학적으로 자세히 설명한 책이 출간되어서 좋은 참고가 된다. 이스라엘의 엘리 홀저 교수와 미국 Brandeis 대학의 유대인교육 연구기관인 Mandel 센터의 오릿 켄트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인데 최근 한극 번역본이 나와서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내용은 쉽지 않다.
나는 하브루타를 우리가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에 비유를 한다. 우리는 젓가락 사용이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서 편하지만, 이 것을 처음 사용해 보는 외국인에게 해보라고 하면 잘 못한다.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려면 젓가락 집는 법, 손가락 움직이는 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실연을 해 보여 주어야 배우기 쉽다.
또 한 번 배웠어도 계속 실습을 해야 익숙될 수 있다.
하브루타도 마찬가지 이다. 우리처럼 하브루타가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하브루타를 진행하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설명을 해주어야 하고, 또 한 두 번 해봐서는 그 진가를 알기가 어렵다. 계속 실습을 해서 몸에 체화가 되어야 하브루타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브루타를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6가지 조건과 6가지 진행 절차를 개발했다. 이것이 ‘GTMI 하브루타’ 방식이다. 먼저 6가지 조건을 T.A.L.M.U.D. 라고 제시해 본다.
1) 둘이서 (Two People): 하브루타는 원칙적으로 두 사람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이다. 그래서 무임승차가 없고 개인의 학습 효과도 높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세 사람이 할 수도 있다.
2) 분위기를 조성하고 (Atmosphere) : 하브루타를 하기에 앞서 서로 마음을 열도록 아이스 브레킹을 먼저 한다.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하기 위해 열린 환경과 신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하브루타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노래를 부르며 율동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큰소리로 (Loud) : 하브루타는 먼저 주어진 문장을 큰 소리로 함께 읽으며 시작한다. 토의나 토론도 가급적 큰소리로 하도록 한다. 큰소리로 대화를 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4) 제스처를 쓰면서 (Motion) : 하브루타를 할 때 가급적 손과 머리로 제스처를 쓰는 것을 권장한다. 이 것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으면서 동시에 손의 움직임이 많으면 두뇌를 더 많이 자극시켜서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5) 서로 이해를 먼저 하고 (Understand) : 하브루타를 시작할 때 주어진 문장이나 주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주제 이해를 위한 단어나 어구의 의미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과 상대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본격적인 대화와 토론을 진행하기 좋다.
6) 함께 탐구하고 창조한다 (Discover) - 하브루타는 주제에 관해 함께 대화화 토론을 통해 합의하는 결론을 내거나, 새로운 해석이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하브루타가 창의력을 배양시켜 준다. 하브루타에서 두 사람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에서 유대인 학습센터인 Mandel Center의 Orit Kent 교수는 하브루타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상반된 활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하브루타에 대한 연구자료가 많지 않기에 이 논문은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 Listening and Articulating (경청과 명확한 의사표현): 먼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경청을 잘 해야됨과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표현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집중을 하게 되면 자칫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경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경청도 잘하고 동시에 자신의 생각도 명확히 해서 제시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 Wondering and Focusing (의문과 집중): 다양하게 관심을 갖고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폭 넓게 생각하여 많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한 가지에 깊이 집중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주제가 단순하더라도 범위를 넓혀서 다양한 생각을 해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의문과 집중을 "T자형 생각방법과 질문 방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 Supporting and Challenging (지원와 도전): 하브루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파트너가 학습을 잘하도록 필요하면 가르쳐 주고 지원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의견이나 생각에 도전을 하는 질문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파트너의 생각을 향상시켜 줄 수 있다. 지원과 도전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 세가지 상반된 활동은 하브루타의 기본 정신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나는 하브루타를 진행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1) 분위기 조성단계 - 서로 만나서 분위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유머나 게임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계이다. 아이스브레이킹 단계이다.
2) 읽고 질문하는 단계 - 주어진 문장을 함께 큰 소리로 읽는다. 그리고 내용에 나오는 단어나 어구에 대한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이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질문을 주고 받는 단계이다. 주제와 관련한 단어나 어구를 명확히 해야 서로 토의나 토론을 할 때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가급적 많은 질문을 준비한다.
3) 설명하고 이해하는 단계 - 주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나 입장을 정리해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상대의 주장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대화와 토론을 주고 받는 단계이다. 이렇게 대화와 토론을 반복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도전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장려된다.
4) 합의하고 결론을 구성하는 단계 - 하브루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결론을 함께 도출하는 단계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각자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서로의 의견을 비교하고,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서로 설득하고 양보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협상능력과 합의를 도출하는 협업능력이 향상된다.
5) 전체토의나 강사학습을 하는 단계 - 둘이서 하브루타를 진행한 이후에는 전체가 모여서 결론을 공유하고 둘이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은 질문한다. 이 때 필요하면 강사가 이끄는 학습활동도 진행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공유해서 전체 학습이 이루어 지도록 한다.
6) 성찰 단계 - 다시 하브루타 짝이 자신들이 진행한 하브루타 프로세스에 대해 성찰을 한다. 가급적이면 상대방이 잘한 것은 칭찬해 주고, 서로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합의를 보는 과정이다.
만약에 토론을 하면서 서로 입장이 너무 달라서 합의가 어려우면 한 번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토론을 해본다. 즉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를 활용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토론을 하게 되면 상대가 했던 주장을 그대로 하기는 어렵고 새롭게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게 되므로 창의적인 능력도 향상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로 합의를 이루어 결론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설득능력, 협상능력 및 협업능력도 동시에 배양이 된다.
하브루타는 복잡한 학습방법은 아니지만 자신과 잘 맞는 하브루타 짝을 찾고, 또 하브루타의 철학과 진행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주 실습을 해서 몸에 체화가 되어야만 하브루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기업에 하브루타를 소개하는 교육을 해보면 참가자 누구가 하브루타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학습방법이라고 동감을 한다. 그러나 조직에 돌아가서 어떻게 적용을 할 수 있을지 우려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브루타는 교육에서만 배우고 실습하면 효과가 없다. 꾸준히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에 문화로 정착이 되어서 누구나 쉽게 하브루타를 적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앞으로 많은 조직이 하브루타를 도입해서 조직의 새로운 문화로 발전시키면 우리의 조직문화가 좀 더 개방적, 수평적, 그리고 창의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도 많이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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