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사 또는 인재개발 담당자들이 핵심인재 관리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핵심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여 경영자 후보를 확보하는데 주력을 해 온지 오래 되었지요. 가장 유명한 것은 GE의 '세션C'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핵심인재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으로, 효과적으로 실천하고 운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기업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는 듀폰 아시아 본부에서 22년간 핵심인재를 관리해 보았습니다. 처음 5년 정도는 아시아지역 핵심인재 관리와 육성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경험한 내용을 몇 차례에 걸쳐 공유해 봅니다.
1. 핵심인재 제도의 목적
핵심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목적은 우수한 경영자 후보들을 선발하고, 육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이지요. 따라서 핵심인재는 기업의 핵심 보직들의 승계계획과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야 하고, 핵심인재 개인의 취향이나 목표와도 일치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목표와 일치되지 않으면 허사가 될 수도 있지요.
가령 호주에서 선발된 핵심인재가 있었는데 이 직원의 가족들은 호주를 떠나 외국에서 살기 싫어 했습니다. 그 직원을 육성하기 위해 진급을 시키면서 싱가폴로 옮겨 가라고 하자, 그 직원은 회사를 떠나 버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핵심인재를 선발한 후에는 실질적인 육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핵심인재로 선발만 해 놓고 구체적인 육성방안에는 소홀히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것 역시 효과가 없습니다.
2. 일반적 질문들
핵심인재 관리와 관련하여 제가 많이 받은 질문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핵심인재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2) 핵심인재는 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선발하는가? 또 재평가를 하는가?
3) 핵심인재는 몇 명 또는 조직의 몇 % 정도가 적당한가?
4) 핵심인재는 공개를 하는가?
5) 핵심인재는 어떻게 육성하는가?
6) 핵심인재는 어떻게 유지를 하는가?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가?
3. 핵심인재의 공개여부
우선 핵심인재의 공개 여부는 각각의 기업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저는 당사자에게는 공개를 하되 다른 직원들에게는 비공개를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인재로 선발되지 못한 직원들에게 상실감을 줄 필요가 없고, 또 핵심인재로 선발되었어도 일정 기간 이후에 실시하는 재평가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에게 공개를 하는 것은 본인이 핵심인재로 선발되었다는 자부심을 주고, 또 경력계획을 개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같이 준비를 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4. 핵심인재의 범위
핵심인재 제도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소수 정예로 선발해서 각 대상자에게 최대한 관심을 갖고 육성을 하라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너무 많이 선발해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지요. 제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핵심인재의 숫자는 대기업의 경우 '해당 직급'의 5% 정도입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전체 직원 수의 5%로 책정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 것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만 가급적이면 핵심인재 관리 대상이 100명 이내가 좋습니다.
해당 직급의 5% 정도로 할 경우 핵심인재 숫자가 너무 적다고 느끼면 추가로 10% 정도를 '우수인재'와 같은 제도를 같이 가져가는 것도 좋습니다. 또는 상위 직급에서는 대상자 숫자가 한정되어서 (가령 부장급 이상) 5%로 책정하면 핵심인재가 너무 적을 경우에는 10%로 확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기서 '우수인재' 제도는 핵심인재에는 선발이 되지 않았지만 핵심인재 후보 군으로서 핵심인재와 비슷한 정도의 관심을 갖고 육성을 해 나가는 인재 군으로 보면 됩니다. 이렇게 핵심인재와 우수인재를 합하면 대략 조직의 15%정도를 선발해서 관리할 수가 있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핵심인재는 소수 정예로 선발해서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결국 기업의 규모나 조직의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요. 가령 조직이 급속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곳은 핵심인재를 더 많이 확보해야 될 것입니다. 반면 조직이 정체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숫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요.
같은 기업 내에서도 우수 인재가 많이 필요한 조직 (가령 연구소 등)에서는 역시 핵심인재를 더 추가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가지면 좋습니다.
5. 사례
여기서는 듀폰에서 시행한 사례를 위주로 설명을 해봅니다. 참고로 듀폰은 매트릭스(matrix)조직으로 되어 있는데 사업부가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사업부(SBU)는 글로벌 본부가 있고 아시아지역 책임자가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계열사와 비슷한 개념이 되지요. 그리고 각 나라의 지사장이 있는데 나라별로 그 나라의 모든 사업부의 조직을 통합해서 관리를 합니다. 다만 사업부의 사업적인 결정과 인사에 대해서는 그 사업부의 아시아책임자가 책임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또 아시아지역 본부가 있는데 아시아지역 사장과 각 사업부 책임자 및 인사 등 지원부서 책임자가 있습니다. 인사에 관해서는 사업부가 우선이지만 각 나라 지사장과 협의를 해서 결정하도록 합니다.
듀폰에서는 핵심인재를 3단계로 직급에 따라 구분했습니다. 가령: 핵심인재 Pool 3는 국내기업으로 치면 차장급이하에서 선발하고 사업부와 각 나라 지사에서 공동으로 관리를 합니다. Pool 2는 국내기업에서 부장급이상 초급 임원급으로 각 사업부 글로벌 본부와 아시아 본부에서 공동으로 관리를 합니다. Pool 1은 전무급 이상으로 본사의 경영진이 직접 관리를 합니다.
매킨지가 연구를 통해 '인재가 경쟁우위의 필수적인 원천'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이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를 하고 있지만 인재 육성에 우선 순위를 두고 실천하는 기업은 25%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